레지던시

[2023OPENSTUDIO] #6. 김인숙 KimInsuk
2023.11.20

가파도 AiR 오픈스튜디오 입주작가전
11. 17.(금) ~ 12. 3.(일), 10:00~16:00
@가파도 AiR, 글라스하우스, 마을강당

#6. 김인숙 KimInsuk

자신이 곧 완전한 돌이 될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동시에 기억은 빠르게 흐려졌다. 기억이 소실되는 틈마다 무기질이 쌓이고, 굳고, 단단해졌다. 이제 갓 태어나는 존재인 그는 부서진 곳도 없고 갈라진 곳도 없이, 쓸데없이 둥글지도 않은 채, 날것인 그대로 뾰족하고 거칠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바위이거나 암석이기는 커녕, 아마도 진흙이거나 모래 따위가 뭉쳐서 생긴 작은 돌맹이에 불과할 거라는 사실 역시 나쁘게 여겨지지 않았다. 작은 것은 부서지는 시간 역시 빠를 터이니, 돌의 생이 지루해질 즈음에는 모래나 먼지가 되기를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돌에게도 꿈이란 것이 있을 수 있다면.

- 김인숙, 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