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시

[2023OPENSTUDIO] #3. 최태훈 Choi Taehoon
2023.11.23

2023 가파도 AiR 오픈스튜디오 입주작가전
11. 17.(금) ~ 12. 3.(일), 10:00~16:00
@가파도 AiR, 글라스하우스, 마을강당

#3. 최태훈 <흰여>
최태훈, 흰여, 2023, 순지, 가변크기

가파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돌이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은 파도와 바람이 자연스럽게 만든 다양한 얼굴의 원주민 같았다. 나에게 이곳의 바위는 다듬고 깎아 내야야 할 원석이 아니라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는 완전한 형태에 가까웠다. 잠시 머물고 있는 가파도는 외부와 내부가 끊임없이 통과하는 장소다. 숨을 마시고 내쉬듯이 매 순간 섬을 오가는 사람과 생물과 바람은 경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흰여>는 가파도 바위들을 한지로 떠낸 얇은 조각이다. 돌의 표면이 곧 텅 비어 있는 종이 조각의 내면이 된다. 물이 차 있을 때는 수면 아래 숨어있다가 썰물이 지나면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여는 바다와 육지 모두에서 호흡하는 것처럼, 안과 밖이 하나의 표면으로 연결되어 전체를 이룬다.